산디가 떠난 지 겨우 며칠밖에 안 됐다. 한 달도 지나지 않은 그때, 이 소녀 트리시아가 내 곁에 나타났다. 그녀는 자신의 이름조차 제대로 영어로 발음하지 못했고, 나이도 몰랐다. 아직 미성년일지도 모른다. 도망친 아이 같은 분위기를 풍겼고, 의식하진 않으려 했지만 그런 가능성을 계속 떠올랐다. 다뉴브 강가의 내 호텔에 길고양이처럼 무방비한 모습으로 나타난 그녀를, 나는 당연히 내치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을 열어주었다. 첫날, 둘째 날, 사흘째가 지나면서 나는 그녀가 아키하바라 메이드 카페에서 얼마나 인기가 있을지 생각하게 되었다. 한편 유럽은 이미 가을을 끝내고 겨울로 접어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