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주간이었다. 나는 평소보다 일찍 집에 돌아왔지만 어머니를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마당 쪽을 스쳐 보는 순간, 어머니가 거기 서 있었다. 단단히 올린 머리에서 축축하게 드러난 목덜미, 땀이 맺힌 허벅지와 가슴골 사이로 번들거리는 빛이 흘렀다. 나는 깨닫기도 전에 마당을 쓰는 어머니의 몸에 시선을 고정하고 말았다. 뚜렷한 감정은 아니었지만 어색한 감각이 나를 감쌌다. 억누를수록 점점 더 내 생각을 지배해갔다. 고요한 공간 속에서 나는 무의식중에 어머니에게 시선을 끌렸다. 수줍음과 혼란이 가슴을 짓눌렀다. 마치 낯선 감정이,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조용히 내 안에서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