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친구라니, 참 복잡한 관계다. 늘 서로를 의식하며, 친구 이상 연인 미만의 미묘한 균형을 유지해왔다. 그런데 너무 가까워서 정작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지 못한다. 하나는 분명 나를 많이 좋아하는데, 솔직하지 못한 그 모습이 오히려 더 귀엽고 매력적이다. 이대로 영원히 곁에 두고 싶을 정도다. 술자리에서 막차를 놓친 나는 하숙하러 가도 되겠냐고 물어본다. 하지만 그녀 집은 좀 멀고 주변에 술집도 별로 없다. 그래도 하나는 “미안! 고마워! 내가 취해서 막차 놓친 거 몰랐어” 하며 핑계를 대지만, 사실은 거짓말이다. 어쩌면 처음부터 내 집에 오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간식거리를 사오며 함께 마시자고 유혹한다. 술기운에 억제가 풀린 하나는 점점 나에게 가까이 다가온다. 단체 데이트에서 자신이 제일 인기 많았다고 자랑하고, 예전에 다른 남자들하고도 대화를 나눴다며 말을 꺼내더니, 나도 자기 스타일이라고 한다. 오늘만큼은 솔직했으면 싶다. 그토록 오랫동안 기다렸는데. 그 말에 마음이 불편해진다. 내가 너무 밀어붙였나? 그런데 갑자기 진지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눈을 마주친다. 위험하다. 완전히 빠져든다. 하나는 진짜 나를 좋아하는 걸까? 그 말에 나는 심장이 멎는 듯하다. 말하지 않으면 내가 해야지. 나는 그녀를 강하게 끌어안으며 입맞춘다. 아니, 오히려 내가 정복당한 것이다. 하나의 입술은 너무 부드럽고, 나는 순식간에 빠져든다. 섹스 도중 “사랑해”라고 말하는 건 엄청난 힘이 있다. 심장은 미친 듯이 뛰고, 도저히 참을 수 없다. 사랑해, 하나. 항상 너를 사랑했어. 그 말을 들은 그녀는 “오늘 밤은 아침까지 절대 자게 안 둬!”라고 선언하며, 우리의 관계는 완전히 바뀌어 버린다.